올림픽 태권도 경기 수련

꼴에 택견하고 영춘권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무술가로 두는 입장이라 역시 올림픽 경기라 해도 투기에 관심이 가게 마련이어서 유도, 레슬링, 태권도는 잘 챙겨본다. 이번 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절망적인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들었다. 단초가 된 것은 트위터에서였는데 두 선수가 클린치한 상태에서 택견의 발따귀 스러운 발차기를 서로 얼굴에 맞추려고 깡총깡총 뛰며 도는 모습이었다. 그걸 보고 어떤 사람은 구애의 춤이냐? 하며 일침을 날리기도 했고.


일단 우리나라 선수들 경기만 봐도 이건 확실히 재미라는 면에서는 도통 모르겠다. 웃기는 것은 이게 이전에는 몸통 1점 얼굴 2점으로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요구한 것을 수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당시 태권도가 재미없다 실전성 없다 우우 하며 외치던 것들을 고치기 위해서 크게 대두되던 주장들이


1. 공정한 판정을 위해 전자호구 도입

2. 얼굴에 점수를 3점을 주어서 일발역전이 가능하도록 할 것

3. 한대 차고 자빠져서 시간 끄는 행위 좀 어떻게 할 것.


정도였다. 전자호구를 도입하면 기존의 편파판정이나 오심을 거의 없앨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당시 태권도는 그만큼 심각했다. 다른 나라 떠나서 우리나라만 봐도 몇몇 라인을 타지 않으면 그냥 편파판정의 밥이었을 정도로 태권도는 똥권도가 되어있었다. 얼마나 심각했냐 하면 자신의 아들이 대표전인지 어디인지 시합을 나갔는데 1분인가 남은 시간동안 이유도 없이 트집이 잡혀 7번인가 경고를 받아서 져버렸고 이에 태권도 관장이던 아버는 더러운 편파판정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버렸다. 전자호구는 공정한 판정으로 이러한 일을 없애줄 수 있을 줄 알았다.


얼굴을 차는 것에 대한 이득이 없으니 선수들은 그저 매번 나래차기로 몸통이나 차던지 아니면 한방 툭 차고 이야아아~!! 하며 자신이 찼다고 두팔 번쩍 들고 어필하기 바빴다. 어필하는 것이 꼴보기 싫어서 전자호구 도입 이야기도 함께 나오기도 했음. 또 얼굴을 차는 것에 대한 점수를 높이고 회전기에 대한 보너스 점수를 더 부여하면 적극적인 공격을 할 줄 알았다.


그렇게 해서 전자호구가 도입되고 얼굴에 대한 점수는 3점, 회전공격을 할 경우 보너스 점수까지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제 판정 시비도 훨씬 줄어들고 선수들이 몸통 한대 차고 두팔을 번쩍 들며 심판에게 점수 어필하는 꼴도 없어지고 다이나믹하고 스포츠적이면서도 경쾌하고 강력하고 재미난 태권도 경기가 펼쳐질 줄 알았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전자호구가 도입되면서 그야말로 발펜싱의 진수를 보여주며 뒷발은 거의 나오지 않고 앞발로만 톡톡 툭툭하는 모습이...이전에는 그래도 역동적으로 공격 들어가는 모습이라도 많이 보였는데 이젠 그마저도 잘 안보인다. 돌격하는 상대를 앞발로 적당한 세기로 툭 차면 압력 때문에 알아서 점수는 올라가니 굳이 많이 움직이며 뒷발을 낼 이유도 없는데다 얼굴도 거의 스치는 발차기로 닿기만 해도 점수가 올라가니......또 여전히 얼굴을 차면 선수들은 어필하기 바빴다.


얼굴에 3점을 주어서 일발역전이 가능하도록 하면 선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할 거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맞다. 바로 축구의 골든골 제도다. 골든골도 연장전에서 먼저 골을 넣는 자가 이기는 제도로 먼저 넣으면 이기니까 선수들이 악착같이 공격적인 축구를 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저 침대축구하기 바빴고 이에 재미없다고 결국 폐지되어버린 제도다. 적당한 세기로 차거나 심지어 컷트를 해도 점수가 올라가는데 뭐하러 적극적으로 모험을 하겠나.


한때 나도 저 위의 1, 2번 주장의 신봉자에 더불어 로킥까지 이야기하던 입장에서 이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무도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꼰대같다고, 까짓거 기술도 발달하는데 호구에 센서 좀 넣고 해서 검도도 올림픽 종목 되면 안 좋으냐 하던 것은 그저 뇌내망상이었다. 오심의 욕을 먹더라도 심판을 믿는 검도의 그것이 좀 이해가 간다.


룰의 변화라는 것은 확실히 포퓰리즘적으로 급변할 것이 아니며 서서히 충분한 논쟁과 토론과 실험을 거친 뒤에 나와야 한다. 마치 전통적으로 잘 보존되던 팔만대장경을 꼴에 더 잘 보존한답시고 하다가 곰팡이가 슬어버려서 폭망할 뻔 했던 사건처럼......물론 당시 태권도, 특히 한국 태권도의 썩은 모습은 전자호구에 엄청난 당위성을 부여했으니 당시로서는 누가 봐도 최선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오는 판이었으니. 하지만 그게 이렇게 변할 줄이야......


태권도 선수들이나 태권도 자체를 깔 이유같은 것은 없다. 퇴출만이 답이라는, 지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넷 상의 얼치기들은 그저 허공에 짖는 것에 불과하다. 이왕 올림픽 종목이 되었으니 잘못된 것을 고칠 생각을 해야지 퇴출이 그저 답이라니 원. 


태권도는 이미 무도 스포츠로서 변환을 마친지 오래고 태권도 선수들은 룰에 맞춰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다. 요는 협회 차원에서 태권도를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룰과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길이 어렵더라도 전세계에 태권도를 수련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고심해서 좀 더 보는 사람도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마침 공수도가 정식 종목이 되니까 라이벌 의식으로라도 좀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을 듯?


Fin.


덧글

  • 잠꾸러기 2016/08/24 00:03 #

    애초에 격투기를 하면서 보호구가 있는데 그걸 점수로 객관화 시키는건 무리가 따릅니다. 진정한 일발역전은 줘패서 기절시키는거죠ㅋㅋㅋ
    섬나라 인간들이 주관성이 강한 한판과 잔심이란 개념을 정립시키고 21세기에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이유를 역으로 태권도 경기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검도의 경우 한국만 시범적으로 5심제를 하고 있는데 3심제보다 오심이 더 나올때가 있어서 아이러니했죠ㅋㅋ
    태권도를 비롯해서 경기무도 종목들은 야구처럼 영혼이 담긴 판정드립은 해서 안되겠지만ㅋㅋㅋ 어느정도는 심판을 믿고 심판도 자부심을 지키며 판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될것 같습니다. 제한적 비디오판독 정도를 보완하는게 가장 무난할것 같네요.

    ps.한국인 성격상 택견이나 씨름의 경우 조상님들 사이에 판정시비 많았을겁니다ㅋㅋㅋ 막걸리 내기라도 걸리면ㅋㅋㅋ
  • 飛流 2016/08/24 09:09 #

    저도 이번 올림픽 태권도 보며 같은 생각 했습니다 ㅎㅎ 태권도의 앞날이 어렵네요. 택견의 경우는 싸움박질이 가끔 났다던데 판정 때문인지도...ㅋㅋㅋ
  • 유리복숌 2016/08/26 23:38 #

    전 이번 태권도 보면서 느낀거지만.. 여자태권도는 답이 없다는 걸 느꼈네요.

    남자 경기는 그래도 나름 뒤후리기나 나래차기, 뒤차기같은 큰기술이 나오는데 여자태권도는 보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진짜 퇴출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펜싱 같은 경우는 남녀 모두 긴장감이 넘치는 거랑 비교해보면 여자태권도는 뭔가 획기적인 개혁안이 없으면 남자만 잔존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엇습니다.
  • 飛流 2016/08/30 10:46 #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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