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은 극일이 아니다. 수련

한국은 왜놈들에게 일제강점기라는 굴욕의 역사를 당했고 그것이 아직 우리 세대가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시대보다 크게 다가온다. 몽고의 고려 침략과 수탈 역시 상상초월이었을텐데 너무 먼 옛날이라 되려 한국인 중에서는 칭기즈칸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쨌든 당시 왜놈들의 기치 중 하나로 이 땅에 들어온 것이 바로 무도였다. 조선과는 달리 일찌감치 문파를 형성하고 그 체계를 엄격하게 잡은 그 무도들은 문파의 개념도 없던 이 땅에 마구 씨를 뿌렸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의 무도들은 대부분 이 세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빼도박도 못하는 검도와 유도는 둘째치고 국기 태권도로 올림픽 정식종목에 빛나는 태권도 역시 그 세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역사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3자의 시각에서 보면 그런 짓은 참 한심하기 그지없는 짓이다.



태권도의 DNA 대부분은 가라데의 것이지 결코 수박, 씨름, 택견이 아니다. 태권도가 가장 역사적으로 써먹었던 것이 바로 택견의 계승이었다가 요즘은 다 죽어가던 택견협회들이 일어나고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까지 되니까 이젠 택견 말고 태격(...)이나 수박까지 소급해 쓰려는 모양이다. 수박은 역사소급이 아주 웃긴데 가라데의 기원은 본래 오키나와테이고 오키나와는 삼별초가 거기로 흘러들어가 고려의 수박을 전했고 그것이 오키나와테가 되었으며 이후 가라데가 되고 그 다음에 태권도가 되었으니 결국 수박 이꼬르 태권도라는 것이다. 환빠들의 귀싸대기를 후려칠 정도로 재미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역사가 만들어질리 없고 똑똑해진 사람들이 더 이상 속을 일도 없다. 오키나와테의 역사와 기원은 인터넷 조금만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들이다.

태권도는 분명 가라데를 배운 이들이 주축이 되었다. 최홍희를 비롯한 초대 태권도의 멤버들은 대부분이 가라데를 수련한 사람들이었고 아니면 중국권법류를 한 사람들이었다. 택견을 전문적으로 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고 그 기예를 보여준 사람도 없었다. 어떤 사범은 본인이 택견을 했었다고 하지만 그런 기예를 보여준 적도, 기록으로 남긴 적도 없고 그런 기예가 있었다면 역사올리기에 여념이 없던 당시 태권도 협회가 괜히 송덕기 옹을 추켜세울 일도 없었을 것이다.

태권도의 도복, 띠, 승급/승단 체계, 맨발 수련 이 모든 것은 가라데의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라데도 유도의 것을 가져가 베낀 것이고 이것을 태권도도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그들의 몸에 배인 무도의 계급과 수련체계들은 그런 것들이니 시대적 한계상 별 수 없었다. 만약 조금 더 한국 색채를 가미했다면 9급,9단 이런 개념 대신 종9품, 정1품까지의 체계를 만들었으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만...이미 시간이 흘러버린 이상 되돌리기는 어려워보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들 역사올리기에 여념이 없는지 나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태권도는 이미 가라데를 초월한지 오래다. 문제는 우리는 그걸 전혀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코리아 가라데라는 이름에서 태권도라는 이름이 정확하게 자리잡히고 호쾌한 발차기와 역동적인 시범,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십각구위(十脚九危)라는 말을 씹어먹는 기술들. 새로운 룰 개정에 자유롭고 장비의 도입에도 망설임이 없는 세계인의 스포츠이자 무도로 자리잡은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태권도다. 택견의 모 인물은 예전에는 택견과 태권도가 그렇게 다른 것이라고 강변하더니 최근에는 또 다른 형태의 태권도 운운하며 택견을 빌붙게 하려는 걸 보면 태권도의 파워를 잘 알 수 있다.

그럼 여기서 일본인들이

"ㅋㅋㅋ 태권도? 가라데에서 나옴요. 조센징들이 하는건 가라데데스네."

라고 하면 세계의 태권도 인구들은 뭐라고 할까? 그냥 쪽바리 미친개소리 한다고 할 것이다. 그만큼 외형적으로도 태권도는 가라데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차별성이 있으며(물론 차별화를 제대로 시켰을 때...) 그 인지도 역시 뿌리를 확실하게 박았다. 또 저런 소리 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하면 된다.

"어, 가라데 배운 사람들이 태권도 맹글었지. 근데 태권도가 100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세계인들에게 뿌리내리고 올림픽 종목 된 동안 가라데는 뭐하셨나?"

라고 하면 땡이다. 그만큼 태권도는 현재 모습 그 자체로도 가라데와 다른 파워를 지니고 있다. 가라데에서 나왔으면 어떤가. 후발주자 거북이가 당당히 세계인들에게 우뚝 섰는데. 유도, 검도? 다 일본이 체계잡았다. 병신같이 우리나라가 고대에 전해주고 그리고 다시 받아왔으니 우리 것이라면 병신 쌈싸먹는 소리를 안해도 한국 국가대표 유도, 검도 선수들의 수준은 종주국인 일본과 쌍벽을 이룬다. 우리가 태권도를 일본에 전했는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일본이 쓸어간다면 괜히 태권도 가르쳐줬다거나 하며 짜증이 날지도 모르는데 일본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태권도의 기원이 가라데라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가열찬 노력으로 가라데를 뛰어넘은 그 성장을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그 이면에는 가라데와의 차별을 위해 온갖 발기술들을 연구하고 룰을 개정하고 보다 강력한, 보다 빠른 태권도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선배들이 있었다. 결국 오늘날 세계인들 대부분은 가라데와 태권도를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하지 같은 것으로 보지도 않고 더부렁 한국의 역사올리기에도 별 관심 없거나 그냥 비웃을 뿐이다. 괜히 한국 혼자 역사 위로 올리며 자랑스럽게 거짓말을 해대는 것은 더 부끄러운 일이다.

진정한 극일은 왜곡 포장이 아니다. 남의 것을 배운 다음에 우리가 더 잘해서 꿀꺽 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태권도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역사왜곡의 프로세스가 아니라 태권도 자체의 질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당장 한국에서 태권도는 도장이라는 이름보다 '태권도 학원.' 이라는 인식 속에 들어가 있다. 무도 도장이 아니라 그냥 학원의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다. 태권도 자체가 시대적 상황에서 그런식으로 되어버린 것은 안타깝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수는 없다.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태권도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고 빌어먹을 판정시비로 인해 자살하는 사건도 없어져야 하며 태권도 내부에 얽혀있는 온갖 더러운 이미지를 해소해야 한다.

국기원이 더러움의 온상으로 해외에서 온 태권도인들도 실망하자 태권도원을 새로 지어서 멋지게 새로 시작을 하려고 하는데 내부적으로 얽힌 여러 비리를 해결하지 못한 다음에야 태권도원으로 아무리 멋지게 포장해봤자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여담인데 페북에서 주현샘이 링크한 태권도원의 헬스장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바벨도 없고 랙도 안 보이고 온통 케이블 머신 뿐(...) 제발 그 사진이 다가 아니길 빈다(-_-;)

*태권도가 가라데를 뛰어넘었다는 것은 태권도가 가라데를 무도적, 기술적인 면에서 모두 뛰어넘었다는 것이 아니라 후발주자로 시작해서 세계인들에게 확실하게 뿌리를 박았다는 점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덧글

  • 하늘여우 2014/03/22 14:01 #

    하지만 "족보"에나 신경쓰는 높으신 분들이 이런 걸 신경이나 쓸리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밖에 없는 양념치킨을 두고도 "그게 무슨 한국적인 음식이냐"며 호통을 치는데요 뭘
  • 飛流 2014/03/22 14:22 #

    족보가 사람 만드는 것도 아닌데 참 머리가 굳어서 그런지
    태초부터 그런 것을 타고 났는지 원...-_-
  • 잠꾸러기 2014/03/22 14:05 #

    밥그릇까지 걸린 문제라서 아마 힘들거예요.
  • 飛流 2014/03/22 14:26 #

    지들 그 간장종지만한 밥그릇 챙기겠다고 권위가 무너지고 하는 소리는 안 들리나봐요.
  • 라쿤J 2014/03/22 16:31 #

    뭐 태권도와 가라데가 가지는 기본적인 분위기, 전술, 기술에서 중점을 두는 코어영역등을 보면 그냥 가라데랑은 더 이상 같다고 할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품세 좀 바꿨으면 좋겠는데...
  • 飛流 2014/03/22 16:42 #

    주춤서기의 정권지르기와 품새를 제외하고 실제적인 영역에서는 달라진지 오래지. 일단 전술교리 자체가 달라진 점에서 더 이상 같은 무술이라고 볼 수 없는데 기술에만 집착하는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똑같아 보일거야. 뭣도 모르고 그냥 겉으로 보기에 비슷하니 아류니 짝퉁이니 하는거지. 물론 뭐...품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한 몫하긴 하지만(...)
  • 옆뱀 2014/03/22 23:36 #

    일본 유술을 받아들여 전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브라질 유술을 보고 일본무술이라고 하는 사람 없습니다. 과거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답니까.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걸 가지고요. 중요한건 현재고. 어떻게 하면 발전해야날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성상 밥그릇 싸움에 애국심 마케팅에......

    그나저나 윗분 말마따 품세좀 이제 바꿨으면 좋겠군요.
  • 飛流 2014/03/23 02:59 #

    밥그릇 싸움이 제일 크죠......태권도원이 과연 득이 될지 실이 될지...
  • Yasuo 2014/03/23 00:31 #

    정답

    그리고 이제 정말 현대 태권도와 아무 상관 없는 그놈의 품세 좀 바꿨으면 ...
  • 飛流 2014/03/23 02:59 #

    품새는 정말 좀-_-; 아니면 있는 걸 개조라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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