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 택견 동아리에 있던 최모모씨가 사업상 어느 70대 노인 분을 만났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가 최모모씨가 택견을 한다고 하자 그 노인 분께서 대뜸


"택견을 해? 그럼 너도 깡패냐?"
라고 하셨다고(...) 뭔 소린가 했더니 이 노인분이 코흘리개 시절...5살인가 7살 무렵에 자신이 알던 송덕기 옹의 이야기를 하셨단다. 같은 동네에 사셨다는데 사직동에 구제불능의 한량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게 송덕기 옹이었다고......동네에 힘 좀 쓴다는 건달들도 송덕기 옹에게는 매일 쥐어터지기 바빴다고......
어느날인가는 노인분께서 직접 송덕기 옹이 덩치 큰 건장한 누군가를 단숨에 퍽퍽쿵쾅으악 소리가 나게 만들어버리고 그 모습을 와...하면서 지켜보다가 송덕기 옹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세지냐고 묻자 송덕기 옹은 씨익 웃으면서
"택견을 하면 세질 수 있지!"
하셨다고...ㅋㅋㅋ
1985년 이보형 위원과의 인터뷰에서도 누가 택견을 주로 했나요? 라는 질문에 '깡패!' 라고 말씀하시고는 이보형 위원이 당황해서 아, 무도가 말이군요. 라고 하시는 걸 굳이 또 '깡패, 깡패!!' 라고 정정해 주시던 걸로 봐서......택견의 과거는 흑역사에 가까울지도...ㅋㅋ 지금이야 무슨 되도 않는 '부상을 입히지 않는 무술'이라고 하며 선비의 무술, 한량의 무술 어쩌고 하지만 실상은...ㅋ-_-
어쨌든 택견이 깡패의 무술이건 뭐건 다른걸 떠나서 송덕기 옹은 본인이 택견꾼이라는 자부심은 대단하셨던 것 그것만큼은 확실한 듯 하다. 당시 권투, 레슬링, 당수, 유도, 검도 등의 외래 무술들이 잔뜩 들어와 택견꾼들 조차도 택견을 거의 수련하지 않아 맥이 끊기다시피 한 것에 비해서 송덕기 옹은 택견 말고 투기 종목을 하셨다는 말은 없으니까......아마 본인이 하는 택견보다 다 한수 아래로 보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송덕기 옹이 당시 우미관에서 표 파는 일을 잠시 하시다가 김두한을 때려눕혔다는 일화를 들었을 때는 흐허허 하고 그냥 웃었는데 어쩌면 그것도 진짠가 ㅋㅋ 근데 이 일화는 이용복 총사 녹취에 따르면 과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_-a
하여튼 송덕기 옹이 지금 우리 같은 세대에야 택견의 마지막 전승자, 슬며시 웃으며 팔을 들어 택견의 시범을 보여주는 도인 같은 이미지가 좀 있지만 당시 동시대에 송덕기 옹과 살았던 사람들에게 송덕기 옹은 어쩌면 원수같은 존재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송덕기 옹의 팔 잡고 발따귀.

원문.
덧글
그게 나중에 일파를 이루고 제자들이 생기면 미화되지만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열받아서 달려가 다 엎어 버리고 1대 7로 싸워서 다 쓰러렸다'
... 이런 경우도 있지요. 물론 그 무위는 대단한 거지만 뭐 거창한 이유는 아니라능...
택견 만화를 누가 그려줬으면 좋겠네요. 거기서 송덕기 할아버지를 한마 유지로 처럼 그려줬으면...